<'타산지석'과 '줄탁동시'Ⅱ>

Ⅰ편에 이어서...

앞에서 강준만 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2008.8)』를 이야기 하며 '분권화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으며 적극적인 시민운동을 필요로 한다.'하였다. 또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도 하였다.

지역 문화분권의 실현은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지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의 자기결정권, 책임성,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일 것이다.

#3 - 경상남도의회
지난 10월, '경남의 생활문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경남생활문화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주최, 주관이 김해생활문화연합회와 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이다. 후원에 창원과 밀양의 생활문화동호회연합회여서 경남도 내 문화의 한 축을 김해, 창원, 밀양의 전문가와 생활문화동호인들이 중심이 되어 일구어나가고 있는 현장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했었다.

그동안 문화정책은 정부나 지자체 같은 큰 단위에서만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직접적인 우리 삶의 구조와 연관된 논의와 연구가 부족했으며,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형성되지 못했다면 이 토론회는 다양한 지역의 생활문화동호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고민을 나누면서 문제의식을 형성하고, 나아가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내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담론 형성의 장이었다.

생활문화에 대한 개념적 이해의 부족, 생활문화의 현주소와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생활문화의 구체적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토론회의 주된 배경과 목적이었다.

삶을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문화를 통틀어 이르는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경남도와 기초지자체의 적극적 관심과 실천을 요청하고자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양산지역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조례제정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제정 이후, 집행되어질 행정부서에서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상황이나 사후관리의 측면도 염두에 둔다면 신중하게 여럿 고려해야 할 것이다."란 의견을 던지며 양산사람도 경남의 끝자락에 있노라 존재를 알리고 왔었다.

주제발표를 했던 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허모영 회장님과 (재)부산문화재단 이미연 생활문화본부장님께 요청 드려 당일의 발표 내용 전문을 메일로 전해 받았다. 본인들께서 공부하신 내용을 기꺼이 공유해주심에 감사를 드리며 할애된 지면을 감안하여 조례 제정의 당위성에 대한 그 분들의 의견을 함축해본다.

[지역문화진흥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245개 지자체의 20.4%인 50개 지자체만이 생활문화 진흥을 위한 계획과 조례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경남은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중 한 곳도 생활문화진흥 조례를 제정한 지역이 없어 광역도 차원의 조례제정이 시급하고 지자체별 조례제정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현재 경남에는 8개의 생활문화센터가 조성, 운영되고 있으며 3천 개 이상의 생활문화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향후 지자체별로 생활문화센터 설치 및 동호회의 지원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운영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근거로서 조례제정은 필요하다.]

#4 - 양산시의회
앞서 이야기 한 옆 동네 밀양과 김해의 자치법규 중 문화예술관련 조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밀양시는 제10편 '문화예술' 제1장 '문화'에 소프트 관련 8개, 하드 관련 8개의 조례와 관련 시행규칙이 총 16개 있었다. 김해시는 제11편 '사업소' 제1장 '문화관광사업소'에 소프트 관련 16개, 하드 관련 12개의 조례와 관련 시행규칙이 총 28개 있었다.

그렇다면, 양산은 어떠할까? 제6편 '복지문화' 제5장 '문화관광'에 소프트 관련 9개, 하드 관련 4개의 조례와 관련 시행규칙이 총 13개 있었다.

수적으로, 내용적으로도 부족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분류를 함에 있어서도 밀양의 '문화예술', 아예 따로 '문화관광'을 분리시켜 사업소를 두기까지 한 김해, 복지의 하위개념으로 설정된 양산의 '복지문화'는 용어의 측면에서도 비교 분석하여 주목할 부분이다.

지방의회의 기능, 권한, 지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 중 지위를 보면 주민이 선출한 의원에 의하여 자치단체의 의사를 심의 및 결정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입법, 운영, 주민의 부담에 관하여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도 있다.

의회의 결정사항이 집행기관에 의하여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감독 및 확인하는 '집행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 또한 있다. 무엇보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법령이라 할 수 있는 조례의 제정기능 등을 담당하는 '자치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가 가장 기본적 기능이라 하겠다.

타 지역에 비해 양산시의 문화관련 조례가 빈약하다. 문화행사의 현장에서 인사말씀이나 축사로서 지방의원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 않기를 바란다.

현장의 애로점이나 개선점을 수렴하여 필요에 따라 없는 내용은 새로 만들고,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은 개정을 하여 수정·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며 그것이 지방의회의 큰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밀양시가 올해 2월 '밀양시 문화예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하여 전국 최초로 조례를 통한 '문화도시센터'의 설립과 운영은 양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월,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방향과 수립을 위한 지역순회의 토론회에서 이 지점에 대해 발표하던 밀양시문화도시센터 관계자의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으로 가득찬 모습이 각인되어져 있고, 또 밀양야행의 현장에서 다시 그 관계자를 봤을 때 정말 열성적으로 문화현장을 누비던 모습은 밀양의 문화정책 한 부분이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가는지, 그 변화는 다시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내 지역에 대한 불만 또는 비판은 단순 비난이 아니다. '왜' 그러한지에 대한 고민이며,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에 대한 실천 방법의 연구 과정이다. 이러한 발전적 방향의 고민과 연구의 지점들이 시민사회의 한 축으로 형성되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줄탁동시'는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겠다.
타 지역 사례를 본보기로 양산지역 시민사회의 성숙된 움직임 속에 지역의회와 행정의 협치라는 시너지효과가 발산되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해법은 우리 양산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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