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음작명소 운영하는 안상우 작명가
"유행만 쫓는 이름은 좋은 이름 아냐"
2분만에 생산되는 온라인 작명 의문

▲ 안상우 작명가가 18일 정음작명소에서 성명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주, 팔자, 관상, 손금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름은 과학이다. 발음하기 좋고 뜻이 좋고 세련된 이름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듣는 사람이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 환경이 바뀌고 소위 '인생이 잘 풀린다' 는 것이다.

양산시 일동3길 2, 2층에 위치한 정음작명소에 안상우(54) 작명가를 18일 만나 이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작명소에는 동양철학의 대표 고전들에서부터 명리학, 주역 등의 책들이 눈에 띈다. 일월오봉도 그림과 각종 12지 동물 액자를 앞에 둔 안 작명가는 말한다.

"신정윤씨는 1984년 12월 9일 오전 6시 생이라면 금(金)의 기운이 부족해 직업적 명성과 재물이 약하지만 윤(閏)자에 학문과 지식이 보완됐네요. 좋은 이름입니다만 발음상에 ㅇ자가 부딪히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어 이를 개선하면 훌륭한 이름이 되겠네요"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순자, 말자, 정자, 숙자 등의 이름을 가진 60대 여성들의 고민이 크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태어난 곳을 넣어 이름을 짓는데 한국인들은 한자에 뜻을 넣어 이름을 짓습니다. 그런데 근대화가 되면서 이름을 짓는데도 일본식 잔재가 남아 있었지요. 그 유명한 이토 히로부미의 애첩인 배정자도 민족 반역자로 오명을 남겼잖아요. 여성들이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속박 돼 있음이 이름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생아들의 작명에서 영어식 로하, 지안 등의 이름이 유행하는데 대해서는 "이름이 유행을 타면 흔한 이름이 될 수 있고 관공서에서 한자 이름이 없는 것을 말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가 최근에 계획하는 일은 지역의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자녀들의 이름을 무료로 지어주는 것이다. "제가 공부한 작명법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이름을 짓는게 아니라 찾아주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에 이런 재능을 기부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양산시보건소와 업무 협의를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들고 있다.

좋은 이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쉽게 불리우면서도 세련된 이름을 빛내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인간의 속성이다. 무엇보다 이름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되지 않을까. 요즘 인터넷작명소에서 2분만에 쏟아져 나오는 이름들 보다는 작명가와 함께 인생 고민을 털어 놓고 인문학적 조언도 들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작명 의뢰금은 1인당 30만원이다. 문의 전화는 055-362-325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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