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의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 <12> 갈대 뿌리

당분·고무질·단백질·무기염류 함유
이뇨·지혈·발한·소염·해독 등 효과

갈대 뿌리 '노근'. 사진제공=강신근

옛날, 중국 양자강 남쪽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그 마을에는 약재를 파는 곳이 단 한 곳뿐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병이 나면 그 약방에 가서 약을 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약방은 그런 마을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약값을 비싸게 받고 되도록 비싼 약을 팔았다.

사람들은 속으로는 몹시 언짢았지만, 약을 파는 데가 그곳 한 군데뿐인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느 날, 한 가난한 농사꾼의 어린 아들이 갑자기 열병에 걸려 정신이 혼미하고 헛소리를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급히 약방으로 달려갔다. 

약방 주인이 말했다. "열을 내리는 데는 영양각이 좋은데 값이 비싸네, 은 열량은 있어야 줄 수 있다네." 

▶ 영양각(羚羊角) : 영양의 뿔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 성질은 차고 맛은 짜며 경련을 멈추게 하고 해열, 해독 작용을 한다. 특히 간의 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 한다.

"그럼 좀 싸게 줄 수 없나요?"  "이것은 몹시 귀한 것이라 그렇게 할 수 없다네."

영양각이 열을 내리는데 효과가 좋긴 하지만 다른 값싸고 좋은 것이 있는데도 약방 주인은 비싼 것만 팔아 이익을 많이 챙기고 있었다. 농부는 이런 인정머리 없는 약방 주인에게 값을 깎아 달라고 졸랐다. 아무리 졸라도 약방 주인은 깎아 주지 못 하겠다고 버텼다.

농부는 돈이 모자라 하는 수 없이 묵묵히 집으로 돌아와 어린아이 옆에 앉아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때, 구걸하고 다니는 거지가 그 집 문을 들어섰다. 적선을 바라고 들어온 거지가 농부를 쳐다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습니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아이 아버지는 거지에게 자초지종을 애기했다. 거지는 농부의 어린애가 매우 위급하다는 것과 돈이 없어 귀한 약재를 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양각이 열을 내리는 데 좋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비싸다니, 제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약이지?"

아이의 아버지는 반신반의 하면서 거지를 따라 저수지로 갔다. 저수지 주변에는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이 갈대입니다."
"이 갈대의 뿌리를 캐서 아리에게 달여 먹이세요."

농부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거지가 시키는 대로 아이에게 갈대 뿌리를 달여 먹였다. 아이는 얼마 안 되어 열이 가라앉고 정신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농부는 매우 기뻐 그 거지를 친구로 삼았다. 

"어떻게 갈대 뿌리가 열을 내리는 줄 알았나?"
"우리 거지들 사이에서는 열이 나면 갈대 뿌리로 치료합니다. 우리 같은 거지들은 돈도 없고 해서 갈대 뿌리가 좋은 해열제가 될 뿐만 아니라, 식중독에 걸렸을 때도 아주 좋답니다."

그 후로는 마을 사람들이 열이 날 때는 그 약방을 찾지 않았다.

갈대 이삭 모습. 사진제공=강신근

갈대는 물가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러 유행가 가사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며,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에서 여자의 마음에 비유하기도 하고, 순천만의 갈대 축제는 장관이다. 

매우 귀하게 쓰이는 약초이지만 너무 흔하므로 그 중요성을 잊기가 쉽다. 갈대 뿌리를 한방에서는 노근(蘆根)이라 하며 예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으로 귀중하게 썼다. 

뿌리에는 당분, 고무질, 단백질, 무기염류 등이 들어 있으며, 이뇨, 지혈, 발한, 소염, 해독 등의 다량의 약리 효과가 있다. 

갈대 뿌리는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폐경, 위경에 작용한다. 갈대의 땅속 어린 줄기를 노순(蘆荀), 위아(葦芽)라 하여 죽순처럼 요리를 해서 먹는데 연하고 맛이 달다. 날것을 먹기도 하는데 약간 싸 아한 맛이 난다.

옛날 중국에서는 갈대의 어린 싹을 매우 귀한요리 재료로 여겼으며, 지금도 동남아 지방에는 갈대 순으로 만든 요리도 있다.

갈대 싹이 5~10cm정도 자라면 소나 말의 사료로 유용하게 썼고, 갈대 이삭은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했다.

동의보감에 '소갈과 외감열을 낫게 하고, 목이 메는 것, 딸꾹질을 멎게 한다. 임산부의 심열(心熱)과 이질, 갈증을 낫게 한다. 약을 쓸 때에는 역수로(逆水蘆)가 좋은데, 이것은 뿌리가 물이 흐르는 방향과 반대로 난 것이다. 물 밑에 들어있고, 달고 매운 것을 쓰고, 뿌리가 드러나 물에 뜬 것은 쓰지 않는다.' 특히 청정 지역의 계곡에 자라는 갈대 뿌리를 쓴다.

명의별곡에는 '노근(蘆根)은 폐를 식히고, 위를 돕는 효능이 있으며, 체액을 만들며 구토를 없애고, 복어의 독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최근에는 갈대 뿌리 추출물에 파라쿠마르산과 베타시소스테롤과 같은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성분들은 혈중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춰주는 효능이 있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베타시소스테롤은 비타민 D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식품의약안전처와 미국 FDA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성분이다. 

2014년 2월 15일에 방영된 만물상 프로그램에 뇌졸중과 뇌경색으로 반쪽을 쓰지 못했던 황석태라는 분이 자기 소유의 논에 자라던 갈대뿌리를 굴착기를 동원하여 갈대뿌리를 캐내어 1주일 정도 달여서(8시간 이상) 먹으니 마비되어 던 몸이 풀리기 시작하여 완쾌한 모습으로 TV에 출연하여 갈대 뿌리의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이엠(EM)생명과학연구원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갈대는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변비와 혈액 염증 개선에 도움이 되고, 특히 각종 독소에 의한 혈액 염증으로 뇌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크다고 했다.  

갈대 뿌리는 물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어 갈대밭 주위는 늘 맑은 물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갈대 뿌리는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서, 최근 일본의 방사능 사고 때 노근 추출물을 경구에 투여하여 실험한 결과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인체의 면역력이 강화되어 조혈기능이 회복되어 방사능 해독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농약중독, 식중독, 알코올중독, 중금속 중독 등에도 유효하다.

이엠생명과학연구원에서 숙변제거와 혈액 내 염증을 없애는 노근탕을 추천해 주셨다. 처방 내용은 갈대뿌리(노근), 연근, 배, 맥문동을 같은 비율로 넣어서 끓여 먹던지, 각 재료를 말려 가루 내어 노근환을 1일 3g씩 3회 복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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