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자체 문체부 문화도시 지정에 힘모으는데…
문화 분야에도 전문 조직과 시스템이 절박하다
양산 문화 기준점 재구성 위한 토론회 필요"

지난 2014년 30억 원을 들여 조성한 박제상효충공원. 징심헌과 고직사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지역 문화전문가 전이섭 특별기고

문화적 척도(Cultural Scale)

지난 12일 비즈니스센터와 하이브리드생산기술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쌍벽루 아트홀(복합문화타운)도 개관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은 공간이지만 증가하는 인구에 걸맞게 양산의 문화 인프라가 점차 구색을 갖춰가고 있어 반갑다.
민선7기 2년차 시정 원칙을 '정석', '공개', '현장'으로 하고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중 다섯 번째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인문학 중심도시 조성'을 바라보며 아쉬운 부분을 짚어보기로 한다.
도서관 및 박물관 운영프로그램의 내실화, 법기리요지 복원사업 추진, 평생학습관 건립 박차, 교육 예산 확대 다 좋은 이야기이다. 특히 법기리요지는 단순히 지역의 역사, 문화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문화콘텐츠로 육성시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세상이 자꾸 자극적으로 변해 콘텐츠에도 '킬러'를 적용한다. 과연 제시하는 슬로건과 사업들이 정말 죽여주는 콘텐츠일까? 어떻게 하면 죽일 만큼 강렬하고 차별화된 콘텐츠일까? 최근 전국 각 지자체마다 관심이 고조되는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양산의 문화 현실을 진단 해 보면 어떨까? 다른 곳과 차이가 클 때, 시대흐름과 어긋나 보일 때 기준점을 다시 찾아보기 위한 척도로서 말이다.

문화도시와 미메시스(Mimesis/모방)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역이 내재하고 있는 문화적 가능성과 고유성을 찾아내고 도시가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시민의 삶의 질이 문화로써 향상되기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문화도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14)으로 <문화도시> 지정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으로서 문화도시 조성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는 추세다.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도시를 대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계획 전반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각 지역에 특화된 사업모델로 발전시켜 성공사례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장기적으로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관점 하에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살리는데 <문화도시> 지정 제도의 필요성이 있다. 
지정 신청 대상은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이며 지정 신청 분야는 문화 관련법을 근거로 역사전통 중심형, 예술 중심형, 문화산업 중심형, 사회문화 중심형, 지역 자율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2월 1차 예비도시로 선정된 10개 도시는 도표와 같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된 2차 <문화도시> 사업은 6월까지 공모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의 1차 신청에 이어 올해 2차 신청까지 경남 내에서 김해시를 비롯해 창원시, 밀양시, 통영시 등 많은 지자체들이 준비해왔음은 양산 문화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1차 예비도시로 선정된 10개 도시를 보면 특이사항이 포착된다.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역량이 강하다고 여겨왔던 경기권, 전남권을 포함하여 대전광역시, 전북 전주시, 강원 춘천시, 경남 통영시 등이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대전광역시의 경우는 기본 인프라 성과의 부족이 이유다. 강원 춘천의 경우는 닭갈비골목, 전통시장 등 기존의 콘텐츠 그대로다. 경남 통영의 경우도 故박경리, 故윤이상 등 더 이상 특별한 콘텐츠가 아니다. 무엇보다 시민 논의 과정을 통한 사업 도출의 유무가 선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예비도시에 선정된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경남 김해시에 주목을 해 보자.
충북 청주시는 기록문화라는 특별한 콘텐츠로 무장해 지난 7월 초 기존 청주문화재단 문화도시팀 조직과 인력을 승계해 문화도시사무국을 정식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 사무국은 <문화도시>와 관련한 각종 사업 등을 전담하고, 지정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 나갈 방침이라 한다.
경북 포항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37억 5천만 원을 투입해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준비 중에 있으며 2016년 8월부터 5개년 중장기 계획 수립과 신규 사업에 대한 정책자문회의를 꾸준히 개최해오며 지역의 인문가치를 높이는 지역 특화사업을 발굴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대표 문화산업을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남 김해시는 특별한 김해만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총 사업비 4억4천여 만 원을 투입해 김해 역사문화도시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으며 2017년 5월부터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전문가와 민간TF팀을 구성하여 2027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수립을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2018~2019년 동안 예비사업을 통해 법정 <문화도시> 지정으로 향하는 토양을 다지고 있다. 경남 최초로 <문화도시> 예비사업 조성 지역으로 선정됐다.
위에 열거한 몇 몇 <문화도시> 1차 예비도시로 선정된 지자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하여 컨설팅과 진단평가를 통해 계속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산을 둘러싸고 있는 경남 김해시와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도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 김해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이드라인에 준거해 계획된 목표와 사업 유형에 따라 김해에 맞는 사업들을 계획, 진행 해 나가고 있다. '공간', '사람', '콘텐츠'라는 키워드를 설정해 기존 유휴공간을 문화장소와 허브로 재구축하고 활성화에 따라 문화클러스트로 확대하고 '교육+커뮤니티 형성+문화프로젝트 실행'이라는 통합지원을 통해 문화리더를 양성하며 지역의 문화가치 및 자원의 재발견과 융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프로그램을 기획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지난 4월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문화도시> 기본 추진방향 및 진행계획을 수립했으며 전문가 및 구·군 라운드 테이블, 시민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 문화전문가, 구·군 관계자 등의 의견수렴도 마무리해 '원도심 문화추진위원회(가칭)'를 만들었다. 문화정책 및 사업관련 기관 뿐 아니라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국가기관도 참여해 <문화도시> 통합 추진체계가 꾸려질 전망이라 한다.
울산광역시도 지난해 6월부터 구·군, 울산문화재단,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원, 지역 예술인, 청년문화기획자 등과 함께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문화도시>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지역 양산을 보자.  <문화도시>가 거론된 적 있던가? 도시의 규모와 인구, 산업 등에 비춰 문화를 이야기하는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이 <문화도시>가 왜 양산에서는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인근 지자체의 선 사례들을 그저 부러움으로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모방(Mimesis)은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재현이 아니다. 우리 지역 문화모습을 찾기를 위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과감히 모방해보자. 아예 화제 거리조차 되지 않았기에 기준이 모호했던 것은 아닐까? 모방하다보면 나름의 기준을 찾을 것이라 사료된다.  

공간, 사람, 콘텐츠

앞의 김해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면 '공간', '사람', '콘텐츠'로 집약된다. 우리지역에도 문화적 장소와 공간들이 있다. 도시재생과 연결해 다른 지역을 모방하되 지역 색깔을 담아내 보자. 한때 선거공약으로만 무성하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지역문화 소스들 중 천성산 생명치유·산림복지, 양산읍성 복원, 황산강 대숲길 조성 등 찾아보면 차별성을 가지는 공간 아이템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의생명 특화단지와 연계한 천성산 생명치유·산림복지 단지 조성, 도시재생과 연계한 양산읍성 복원, 경남 지방정원과 연계한 황산강 대숲길 조성 등 산림·역사·문화적 명분과 함께 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음에 더 없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우리지역에 문화정책을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없다면 멀리서라도 찾아보자.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유능한 전문가를 모시고 지역의 일꾼들을 키워나가는 인큐베이팅(Incubating)이 필요하다. 매 사업마다 용역으로 떠넘기거나 필요한 인물을 급조해서 쓰고 떠나보내는 일회성 인력이 아니라 두고두고 지역에서 요긴하게 쓸 인물을 키워 보람차게 바꿔나가는 문화 요람 말이다.
지역發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 낼 조직이 있었던가? 복지, 의료, 농업, 도서, 평생교육 등의 분야에는 전문관이 있고 정책관이 있는 조직도 있다. 순환보직의 특성상 전문성과 연계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행정을 고려해 문화 분야에도 전문 조직과 시스템이 절박하다. 중앙 단위, 도 단위 문화사업에서 번번이 누락되는 양산의 현실을 보면 전문인과 전문조직의 부재를 절감할 수 있다.
<문화도시> 준비에 많은 지자체들이 문화재단과 연계해 로드맵을 설정하고, 체계화시켜 나감을 알 수 있다. 양산에는 없는 이런 문화재단은 전국 15개 광역과 73개 기초지자체에 설립·운영 중에 있다. 혹자는 "2020년을 향해가는 지금, 양산은 아직도 건물 지어올리고 공장 만들어내는 1990년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아울러 <문화도시> 사업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멋진 비전과 좋은 아이디어가 충만하더라도 각자도생이라면 구태의연한 예산 따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정부 차원의 문화지원사업은 지방정부와 문화인들의 자생력 약화를 낳고, 또 다시 지원이 확대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원이 언제든 약과 독이라는 동전의 양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적 기억 (Cultural Memory)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의식 내부와 외부의 어떤 일을 개인과 집단이 보존하고 회상하는 것이다. 개인적 기억은 주관적 기억이고 소통적 기억은 사회의 틀 안에서 상호 소통되는 기억이며 문화적 기억은 문화적 정체성의 토대가 되는 기억이라 했다. 
1.양산이라는 도시를 재구성해 2.객관화되고 투명한 소통으로 3.제도를 조직화하는 일 4.그 속에서 차이와 가치를 통한 규범을 제시하는 일이 '문화적 기억'이라 하겠다.
다시 정리를 해 보면 ①시대흐름에 맞춘 양산형 문화기준점 설정 ②시민참여 과정으로서 정책토론회 개최 ③구체화하기 위한 문화 조직과 시스템 마련 ④문화 다양성+지역형 문화콘텐츠의 생산·향유로 요약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근로자의 다양한 문화·복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부정책 사업인 복합문화센터 건립 사업에 전국 산업단지 공단 13개소가 응모해 9개소가 선정되었다. 경남에서는 창원시와 진주시가 선정되었다. 특히 창원시의 1980년 준공된 동남전시장을 창원시민 및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해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은 계속해서 산을 깎아내리고, 기존 거주자를 내몰아가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캐치프레이즈로 산단을 조성해가고 있는 양산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경제·산업발전을 위한 산업단지는 양산이라는 도시가 겪는 시대 과제라 하더라도 만들고만 보자는 계획은 납득이 어렵다. 그 안에 뭘 담을까? 그 속에서 어떤 가치를 생산해낼까 까지 더 심사숙고 해 봐야 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이라는 구호는 '좋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역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적 기억은 문화적 실천'이다. 현재가 과거를 문화적으로 재구성하고, 그렇게 구성된 문화적 기억은 다시 현재를 재구성한다. 기억은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새롭게 구성되어지고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하겠다. 양산문화를 고민하는 한 시민의 이야기가 그냥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기를 행정에 요청하는 바 이다.  

문화교육연구소 전 소장 NPO법기도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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