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마진식 개인전

마진식 작가가 자신이 운영하는 '꽃길 갤러리'는 하북면 통도문화예술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전(又田) 마진식 작가의 '진달래'가 대략 120호 한지 캔버스 위에 화려하면서도 고혹적으로 피어 있다. 통도사 소나무숲 사이로 핀 진달래를 담았다고 한다. 화면 속, 분홍빛 꽃잎들은 마치 열여섯 소녀의 뺨을 닮았다. 그 뺨은 너무나 탐스럽지만 감히 손을 내밀지는 못한다. 마 작가가 구축해 낸 '숭고'다. 이를 바라보는 감상자는 그 꽃잎들이 펼쳐낸 고요하면서도 흐드러진 숭고 앞에서 잠깐 넋을 잃는다.

마 작가는 캔버스 공간을 넘어 한지·나무판, 병풍, 버려진 문짝 등에도 들꽃과 작가만의 심성을 담은 자연을 담아낸다. 

특히 그는 지호공예기법(한지를 물에 녹여 찹쌀풀과 섞고 이겨 이색적 한지를 재탄생시키는 기법)으로 제작된 한지 위에 자신만의 이미지를 드로잉하고 채색하는 걸로 유명하다.

여기다 그는 도예가의 초벌 자기 위에 이미지를 그리고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방법으로 예술성이 가미된 생활자기를 구워낸다. 그러니까 일상이 가미된 예술의 보편화다. 다시말해 예술의 대중화다.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2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30일까지, 양산문화예술회관
야생화·나비 등 자연 담아 내

 

충남 서산 출신인 마진식 작가는 추계예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이후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 한지문화산업학과에서 한지회화를 연구하면서 한지를 통한 자기만의 창작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한지죽에 의한 조형뿐만 아니라 한지 위에 평면이미지를 넣어 자신의 개념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양산 하북면 신평중앙길에 위치한 통도문화예술거리 초입에 마진식 작가의 '꽃길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안 마 작가의 작품 속에는 자연이 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펴 있고 나비와 새가 난다. 그의 삶 절반 이상이 이러함을 형상화시키는 과정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5년 전 전원생활을 하던 중 섬세한 시각으로 들꽃을 접했다. 특히 우연히 만난 '봄맞이꽃' 앞에서 마 작가는 울컥했다. 아마 '봄맞이'의 흰색 잎이 여린듯하면서도 꼿꼿이 하늘을 올려다보려는 자태가 나름 애잔해 그랬을거다. 그 울림에서 당시 운영하던 갤러리 찻집에 100여 종의 들꽃도 직접 길러 가꿨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자연이 바탕 된 중의적 은유를 위해 자연이 준 나무 등 매개를 통한 제작기법을 확충하려 했다. 대표적으로 닥나무를 여러 방법으로 응용해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색채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닥나무는 자연에서 왔다. 따라서 이것의 사용은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담아냄이다. 그는 이렇게 자신이 바라 본 자연을 자신이 감각적으로 택한 소재 위에 올림으로써 자연을 바라보는 확장된 시야를 열어 주게 된다. 마찬가지로 작가의 무채색 수묵화에서는 작가의 감정이 비가시적 색을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시선으로 한지라는 매체와 먹·채색화물감·아크릴물감 등을 사용해 자신의 시안으로 들어온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또한 그는 한지를 탈색하는 방법으로도 이미지를 형상화시킨다. 검정 화면 안에 점점이 하얗게 달린 나뭇잎들은 차분하면서도 독특한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마진식 씨의 작품에는 유독 불교색채가 도드라진다. 사찰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시선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조는 김제 청운사, 보현정사 사찰 전시나 사찰 관련  엑스포 불교박람회 회화전, 사찰 달력 제작 등에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작가는 한지 본고장인 전주와 안동에서도 자신의 화폭을 펼쳐냈다. 특히 마진식 씨는 습기에 약한 한지 특성을 보완하고자 지호공예기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한지가 죽이 됐다가 다시 부피감과 질감이 남다른 한지 캔버스가 되고 연밥 등의 입체가 되기도 한다. 그는 여기에 안료를 올려 내기도 이미지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이렇게 한지를 죽으로 만들고 덧붙이고 말리는 과정 또한 이미 하나의 작품으로 의미된다.
 
그는 때때로 '고제의 맛'을 구현한다. 15년 전부터는 오래된 문짝에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자연의 이미지를 채워 올렸다. 특히 마진식 씨의 한지 작업에서의 독특함은 한지로 만든 천 위에 한국화물감이나 금분 염료를 활용한다는 거다. 이러한 방법으로 작가는 지난 2006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 초청 외 미국, 일본, 독일에서도 그의 이미지를 소개했다.

그는 아시아 대예술제 대상, 대한민국 미술문화대상전에서 입선, 동아미술대전에서 입선, 백양회 공모전에서 입선, 대한민국 문화관광상품대전에서 특선, 전북권 대학생전통문화상품디자인대전 은상, 대한민국 한지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진식 씨가 통도사문화예술거리에 온 지는 7개월 남짓이다. 하지만 그가 이곳과 인연이 된 것은 이미 6년 전 인맥에 의한 전시덕분이다. 그는 여기서 작가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꿈 꾼다. 그의 의지에 포근하고도 잔잔한 꽃비가 내렸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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