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도(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관광경영학 박사)

 명곡동에 있는 아기 기생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쉽고, 접근성도 좋지만 양산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답사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아기 기생의 사연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명곡동 토박이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후손이 없는 기생의 무덤이지만 주민들이 벌초도 하고 묘소에 술잔도 올려 성묘가 잘 되고 있다.
 양산시내 양산고등학교 옆 북부천과 나란히 개설된 도로(명곡로)를 따라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 동원과기대 방향으로 들어가면 인성산업(인성A&T)이 나온다. 인성산업 반대편에 도로를 직선화하면서 생긴 여유 부지에 가로공원, 정자, 주차장, 벤치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강학대, 또는 병풍바위로 불린다.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휴게 공원에는 장거리 운행하는 대형 트럭들이 쉬면서 잠을 자고 음식물도 섭취하는 것은 좋은데, 먹은 후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다. 쓰레기를 마구 버려 양산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탐방하러 온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양산숲길보전회에서는 작년 1월 22일 환경정화활동을 하였고 올해도 1월 28일에 쓰레기를 수거할 예정이다. 
 병풍바위는 1832년(순조32년)에 간행된 `경상도읍지`에 따르면, 이여익(李汝翊 1644~1649) 군수가 이곳에서 학동들에게 학문을 가르쳤기 때문에 강학대(講學臺)라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인 학사계(學士溪), 사인암(舍人巖)이라고도 불리었으며 이들 두 이름이 암벽에 음각되어 있었다고 한다. 
 1993년 여름의 폭우로 학사계라 각자된 부위의 바위가 떨어져나간 것을 양산문화원에서 보관하고 있다. 병풍 바위에 시랑대(侍郞臺)라는 글자가 암각되어 있는데, 육안으로 구별이 쉽지 않지만 희미한 붉은 색이 남아 있어 겨우 보일 정도다. 병풍바위에는 칠언율시 한 수가 새겨져 있는데, 역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현재 분명히 남아 있다. 귀중한 문화유산에 함부로 이름을 새기는 일이 벌어져 병풍바위가 훼손되어 안타깝다.
 병풍바위에는 산악인들이 등산 훈련을 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고정시키는 금속제 확보물인 볼트(Bolt : 카라비너를 거는 고리, 들어간 끝이 벌어지는 장치 등으로 구성됨)가 박혀 있어 귀중한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있다. 병풍바위 바로 위에는 정하상바오로영성관이 있어 약간의 영향을 미치고 있어 양산시의 건축허가 문제가 떠올랐다.
 마치 병풍처럼 길게 형성된 바위는 암벽 등반에서 말하는 이른바 반트(Wand)로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반트는 거대한 벽을 가리키는 독일어로 영어의 벽(Wall)에 해당한다. 병풍바위를 산악인들이 더 이상 암벽 등반 훈련장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시민들은 병풍바위를 지나다가 이곳에 자일을 이용하여 오르는 산악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문화유산을 지켜야 하겠다. 종합운동장의 인공암벽장을 활용하여 훈련하였으면 좋겠다.
 명곡동은 중앙동의 5개 동 중의 하나로 1831년 사인리(舍人里)로 불리어오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명곡동으로 바뀌었다. 서부 양산 기준으로 볼 때 마을이 해 뜨는 동쪽에 있고, 마을 앞의 계곡이 아름다워 밝을 명(明)자, 골 곡(谷)자를 썼다고 한다. 명곡동은 과거에 심심산골로 화장터가 있고, 아기들이 죽으면 묻는 아기장터였다고 한다. 6.25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양산의 주민들은 주로 명곡동으로 나무하러 갔다고 한다. 
 현재는 명곡동에 양산시 최초의 대학인 동원과기대가 있는데, 동원교육재단의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2년제, 3년제, 4년제의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여 지역의 명문대학으로 도약하였다. 대학 옆의 도로를 따라 과거에 다람쥐캠프장이 있던 곳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식당, 공장 건물이 들어차 있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서부양산과 동부양산을 이어주는 동원과기대 근처 법기터널이 있는 높은 산까지 수 십리를 걸어서 지게를 지고 땔감용 나무하러갔다가 산주나 산림감시원에게 들키면 도망가기에 급급하였다는 추억을 토박이 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강학대 구경을 한 후 정하상바오로영성관 입구를 지나 도로 옆으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에 화승명곡아파트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고, 오른쪽에는 남경산업이 나온다. 남경산업은 건축용 강관을 야적해 놓아 잘 보인다. 남경산업 못미처 도로변에 명곡동 마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이 나온다. 이 표지석에서 북부천인 하천으로 내려가면 어린 나이에 한 많은 일생을 마친 아기 기생 무덤이 나온다.
 급경사를 내려가는 길이 험하여 자칫하면 다칠 우려가 많다. 필자는 방문하는 답사자의 안전을 위하여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흙을 제거하고 홈을 만들어놓았다. 저녁 늦게 답사하다가 이 길의 위험성을 목격하고 간이 계단식 발 디딜 곳을 만드느라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1시간 이상 노력하였다. 한겨울 추위였지만 작업하는 동안 땀을 뻘뻘 흘렸다. 좀 더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은 하천 반대편 농장(정림원)으로 진입하면 되지만 밭을 일구고 정자를 설치해놓은 농장주가 출입금지 팻말을 붙여놓았다.
 

청심폭이라는 글자가 바위에 선명하다.

조심해서 개울로 내려가면 이런 멋진 곳이 있었나할 정도로 별유천지가 전개된다. 아주 작은 폭포와 소, 기암괴석의 거대한 바위가 보여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바위에 청심폭(淸心瀑)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곳은 양산관아 소속의 어린 관기가 놀러왔다 빠져죽은 곳으로 아기연(兒妓淵), 아기소(兒妓沼)라고 불린다. 1877년(고종 14년) 3월에 이만도(李晩燾) 양산군수가 유상하면서 아기연의 이름이 좋지 않다고 청심폭이라 개명하고 이를 바위에 새겨두었다고 한다. 
 

아기기생 무덤.

청심폭포 뒤에는 아기기생 무덤이 있는데, 벌초를 제일 먼저 하는 사람은 큰 복을 받는다고 명곡동 주민들에게 구전되고 있어 무덤은 잘 관리되고 있다. 과거 필자가 양산대학 호텔관광과 교수로 재직할 때 당시 조병선 학장은 아기 기생 무덤을 돌보고 술잔을 올리는 정성을 보여 감동받은 바 있었다. 양산시민들도 외로운 기생무덤에 술 한 잔 올리며 위로하길 바란다.
 무덤은 북부천의 한가운데 작은 삼각주에 있어 마치 청개구리 무덤이 연상된다. 비올 때 마다 걱정하는 청개구리처럼 위험한 곳에 있지만 주변의 나무와 바위의 보호로 수백 년 동안 많은 홍수에도 무덤은 유실되지 않고 잘 보존되고 있다. 주변 바위 중에 물고기나 거북 모양으로 생긴 바위, 기암괴석과 작은 폭포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시민들의 힘으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하고, 양산시 문화관광과에서 안내표지판, 안전한 접근로 데크 계단 설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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