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울산에서는 지난 9월 27일, `이예로`의 준공식이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예로`는 총연장 16.9km의 4차로 자동차전용도로인데, 우선 제2구간인 8.9km가 먼저 개통된 것이다. 울산지역 7호국도 우회도로로 건설된 `이예로`의 총사업비는 4,333억원에 달한다. 

처음에는 남북순환도로, 옥동농소로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이 도로의 명칭을 시민공모에 부쳤다. 시민공모의 결과를 수합하고 울산광역시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예로`로 확정된 것이다. 이예는 조선 초기 세종대왕이 신뢰했던 울산 출신의 대일외교관이다.  

이 길은 울산에서 가장 큰 도로이며, 경주시와 맞닿은 북구 농소동을 출발하여 남구 옥동을 거쳐 양산시와 맞닿은 청량면 문죽리까지 울산을 남북으로 종단한다. 이렇게 중요한 길을 사람이름을 붙여 명명한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만큼 울산시민들이 이예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7호국도는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동에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의 군사분계선까지 달리는 전장 484km의 도로이다. 이 국도는 군사분계선을 뛰어넘어 멀리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까지 연결되며, 북한지역을 포함하면 전장 1,196km에 달한다. 동광동을 떠난 이 도로는 조선시대 통신사가 일본으로 출항했던 자성대 부두가 있는 부산항을 오른쪽에 끼고 달리다가, 동래를 거쳐 양산시에 바톤을 넘긴다. 그리고는 웅상과 웅촌을 지나 울주의 청량면에 도착하고, 울산의 몸통을 가로지르며 경주로 북상한다.

7호국도의 경주 이남은 한양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조선시대의 통신사들이 밟았던 길이기도 했다.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 통신사 일행의 이동은 관아(官衙)와 역참(驛站)에 의존해야 했다. 문헌에 의하면, 경주 동헌을 거쳐 구어역(현재의 경주 외동읍 구어리)에 닿은 통신사 일행은 부평역(울산 병영, 현재의 중구 약사동)을 거쳐 울산 동헌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간곡역(현재의 웅촌면 곡천리)과 용당역(현재의 양산시 용당동), 동래를 거쳐 자성대 부두에서 일본행 목선에 올랐던 것이다. 용당역 부근에는 아직도 옛길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고 한다.

구어역ㆍ부평역ㆍ간곡역ㆍ용당역ㆍ동래ㆍ부산항을 잇는 통신사 옛길은 기본적으로 경주 이남 7호국도와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부산~울산간의 대도시권 및 지역 공단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교통량 급증으로 인한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려 왔다. 이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과 국가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것이 바로 우회도로 건설이다. 16.9km에 달하는 울산의 `이예로`도 그 우회도로의 일부이다. 울산에서 산업로ㆍ북부순환도로ㆍ대학로로 이름으로 알려진 7호국도를 우회하는 새 도로. 이 도로가 `이예로`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된 것이다.   

우회도로는 `이예로`에서 끝나지 않고, 웅촌과 웅상을 거쳐 부산시 동래구와 접하는 양산시 동면 여락리까지 이어진다. `웅상-무거 도로`는 청량면 문죽리에서 웅촌면 대복리를 거쳐 양산시 용당동까지의 13.32km, `부산시계-웅상 도로`는 양산시 용당동에서 월평교차로를 거쳐 동면 여락리까지의 14.76km이다. 

이 두 도로를 결합한 전장 28.08km의 `부산시계-무거 도로`는 옛 통신사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길이다. 양산시는 바다를 끼고 있지 않지만, 조선시대 통신사 일행을 경주ㆍ울산에서 동래ㆍ부산으로 연결해 주는 육로교통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옛 용당역을 복원하여 양산시의 문화유산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그리고 옛 통신사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 길을 양산시 문화와 경제를 살리는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 바로 길이름이다. 길이름을 붙이는 데에는 따로 예산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회도로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시민공모가 발표되자, 울산 문화계 인사들은 울산인물문화현창회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그리고 그 첫 사업으로 `이예로`의 명명을 울산시에 건의했다. 그들은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밋밋한 이름보다는 울산인의 스토리와 문화ㆍ역사를 담은 뜻깊은 이름으로 이 길이 명명될 수 있기를 소망하는 충정"을 그 건의서에 담았고, 울산광역시는 이에 화답했다. 

양산시가 울주군과 협력하여 `부산시계-무거 도로`를 `통신사로`로 명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신사는 다가오는 해양시대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거대한 문화코드로서 상당한 문화적 부가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옛 용당역의 복원과 `통신사로`라는 길이름을 통하여 양산시의 역사를 되살린다면, 양산시의 젊은이에게 역사교육의 현장을 제공하며 양산시민의 긍지를 북돋아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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